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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영화제 '불란지', 역대 최다 526편 몰렸다… 본선 10편 공개

전년 대비 54.3%, 11월 22일~28일 제4회 영화제서 상영… 강제동원·디아스포라 등 4·3 가치 조명

제주4·3의 아픈 기억을 평화와 인권의 가치로 승화하는 제4회 '제주4·3영화제' 단편 경쟁 부문에 역대 최다 출품작이 쏟아졌다. 치열한 예선 심사를 거쳐 최종 본선 무대에 오를 10편의 작품이 베일을 벗었다.

제주4·3영화제 단편경쟁 본선진출작 '보물찾기' 한 장면 [KMDb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제주4·3영화제 단편경쟁 본선진출작 '보물찾기' 한 장면 [KMDb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어둠 속 빛나는 반딧불이, 500편 고지 넘은 단편 경쟁

제주4·3평화재단은 올해 단편 경쟁 공모전인 '불란지'에 극영화 461편, 다큐멘터리 31편, 애니메이션 31편, 실험영화 등 총 526편이 출품됐다고 28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341편 대비 무려 54.3% 급증한 수치로, 도입 3년 만에 500편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반딧불이를 뜻하는 제주어에서 착안한 '불란지'는 어둠 속에서도 빛을 발산하며 희망을 잇는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출품작들은 4·3을 직접 다룬 소재를 넘어 폭력과 저항, 사회적 불평등, 이주와 단절 등 폭넓은 역사적 가치를 조명한다.

'우리는 외계인을 기억하고 있었다' 한 장면 [KMDb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우리는 외계인을 기억하고 있었다' 한 장면 [KMDb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상처의 기록부터 디아스포라까지, 시선 사로잡은 10편의 서사

올해 본선 진출작은 근현대사의 깊은 상처와 디아스포라의 삶을 독창적인 시선으로 엮어냈다. 치열한 논의 끝에 선정된 10편은 '보물찾기'(김은서), '우리는 외계인을 기억하고 있었다'(이성만), '생존수영'(문성원), '포효하는 잿더미들'(안유리), '돈즈루보'(이원식), '꿈엔들, 정암'(김우식), '돌아온 자리'(김진국), '갱년기 소녀 투쟁기'(장서윤), '의주의 언어'(장주선), '돔-류비'(조정강)다.

작품들의 면면은 다채롭고 묵직하다. '보물찾기'는 제주 동광리 소녀의 시선으로 4·3의 비극을 마주하며, '돈즈루보'는 일본 나라현에 방치된 조선인 강제동원의 흔적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1983년 사라진 누나를 찾는 소년들의 이야기로 통제의 기억을 소환한 '우리는 외계인을 기억하고 있었다'와 동아시아 전체로 4·3의 맥락을 확장한 '포효하는 잿더미들' 역시 심사위원단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일제강점기 만주 이주민의 삶을 담은 '꿈엔들, 정암', 카자흐스탄 고려인 공동체를 로토스코핑 기법으로 구현한 '돔-류비' 등 디아스포라를 다룬 수작들도 눈길을 끈다.

'의주의 언어' 한 장면 [KMDb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의주의 언어' 한 장면 [KMDb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재판매 및 DB 금지]

현재 진행형인 연대의 메시지, 11월 제주서 막 오른다

과거의 상처에 머물지 않고 오늘날의 제도적 모순과 정체성 문제를 파고든 작품들도 돋보인다. 참사의 트라우마를 고발한 '생존수영', 탈북민의 언어적 혼란을 다룬 '의주의 언어', 조기폐경 진단을 마주한 감독의 자전적 기록 '갱년기 소녀 투쟁기'는 현대 사회의 단면을 예리하게 짚어낸다.

심사위원단은 "식민과 분단, 이주와 차별 등 4·3의 가치를 현대적 맥락으로 확장한 작품들이 대거 등장했다"며 "서로 다른 형식과 시선으로 연대의 의미를 풀어낸 수작들을 엄선했다"고 심사평을 전했다. 임문철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역대 최다 출품으로 다채로운 서사를 확보한 만큼, 관객들이 4·3의 기억과 오늘의 삶이 교차하는 지점을 사유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선정된 본선 진출작 10편은 오는 11월 22일부터 28일까지 제주콘텐츠진흥원 비인(Be:in) 공연장에서 열리는 제4회 '제주4·3영화제'를 통해 관객과 만난다. 영화제 기간 동안 본심을 거쳐 대상, 극영화상, 다큐멘터리상 등을 시상하며, 관객들의 직접 투표로 결정되는 관객상도 수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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