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목소리들' [제주4·3평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cdn.www.cineplay.co.kr/w900/q75/article-images/2026-11-06/824a7dbf-9930-4baa-889e-0ff557b4c3ed.jpg)
침묵을 깨뜨린 여성 4인의 구술사, 국경 넘어 마주하는 비극의 실체
반세기 넘도록 역사의 그늘 속에 은폐되었던 제주4·3의 아픔을 여성의 시선으로 복원해 낸 다큐멘터리 영화 '목소리들'이 일본 관객들과 만난다. 제주4·3평화재단은 지혜원 감독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영화' '목소리들'이 오는 7일 일본 오사카, 도쿄, 교토 등 3개 주요 도시에서 동시 개봉한다고 밝혔다.
제주4·3평화재단의 제작 지원으로 완성된 '목소리들'은 야만의 세월을 온몸으로 견뎌낸 여성 생존자 4인의 생생한 증언을 묵직하게 기록한 작품이다. 국가 폭력의 참화 속에서 공동체와 가족이 해체되는 비극을 겪으면서도 끝내 삶을 일궈낸 여성들의 서사를 섬세하게 담아냈다. 이러한 작품성을 인정받아 2024년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데 이어, 제21회 EBS국제다큐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과 관객상을 동시 석권하며 평단과 대중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현지 개봉에 발맞춰 영화가 던지는 역사적 화두를 심도 있게 짚어보는 학술·문화 교류의 장도 펼쳐진다. 오는 14일과 15일 이틀간 오사카와 교토에서는 '제주4·3과 여성, 그 고난의 길'을 대주제로 한 '특별대담'이 총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순회 일정은 14일 오후 3시 오사카 재일한국기독교회관(KCC회관)에서 포문을 연다. 이어 15일에는 오후 1시 30분 오사카 제7예술극장, 오후 4시 35분 교토 데마치자에서 각각 상영 직후 관객과의 대화(GV) 형식으로 깊이 있는 토론을 이어간다.
이번 대담에는 4·3 여성 구술사 연구의 최고 권위자들이 직접 연사로 나선다. 제주4·3 생활사 총서 '4·3과 여성'(전 5권)의 기획 및 발간을 진두지휘한 허영선 시인(전 제주4·3연구소장)과 해당 총서 집필위원이자 영화에 직접 출연한 '제주4·3평화재단' 조정희 팀장이 패널로 참여한다. 대담의 좌장은 이번 작품의 일본어 자막 감수 및 학술 해설을 총괄한 이지치 노리코 오사카공립대학교 교수가 맡아 양국 간 역사적 공감대를 조율한다.
이들은 현장에서 '4·3과 여성' 생활사 채록 과정의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영화 제작의 이면, 러닝타임에 미처 다 담지 못한 생존자들의 생생한 기억과 상흔을 여과 없이 공유할 계획이다. 특히 극한의 공포 속에서 가해진 복합적 폭력과 트라우마, 전후 반세기 동안 짊어져야 했던 사회적 침묵의 무게를 집중 조명한다.
특히 14일 첫 대담에서는 토벌대의 총격으로 턱을 잃고 평생 무명천으로 얼굴을 감싼 채 살아야 했던 故 진아영 할머니의 삶을 다룬 영상물이 상영되며, 허 시인의 헌정 시 낭송이 더해져 역사적 비극을 예술적으로 환기한다. 허 시인은 '제주4·3을 묻는 너에게' 등 다수의 구술 기록집을 집필했으며, 그의 대표 시집 '해녀들'은 일본 현지에서도 번역 출간된 바 있다. 함께 나서는 조 팀장은 제주4·3위원회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전문 조사관을 역임하며 공적 조사보고서 발간을 주도해 온 과거사 규명의 실무 권위자다.
이번 행사는 재일본제주4·3관련단체연락회가 주최하고, 재일본제주4·3희생자유족회, 제주4·3을 생각하는 모임-오사카, 재일본제주4·3희생자위령제실행위원회, 홋카이도대학 대학원 미디어커뮤니케이션연구원 동아시아미디어연구센터 등이 공동 주관으로 연대한다.
오광현 재일본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이번 순회 상영과 대담은 고향을 떠나온 재일제주인 1·2·3세대에게 역사의 아픔을 반추하는 계기이자, 일본 시민사회에 4·3의 보편적 인권 가치를 확산하는 중대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특히 오랜 시간 소외되었던 여성들의 참상과 실존적 고통을 양지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기념비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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