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이 불러낸 밥 포시 ① : 라이자 미넬리의 매력으로 가득 찬 '캬바레'

1973년 골든글로브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을 수상한 〈캬바레〉는 같은 해 아카데미 감독상(밥 포시)과 여우주연상(라이자 미넬리)을 수상했다.

〈캬바레〉
〈캬바레〉

〈마이클〉의 흥행과 더불어 가장 반가운 일은, 마이클 잭슨의 유년기에 대한 기억과 더불어 그가 영감받았다고 고백한 댄서 겸 감독 밥 포시를 불러낸 것이다. 지난 ‘주성철의 사물함’에서 1980년 칸영화제에서 구로자와 아키라의 〈카게무샤〉와 공동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올 댓 재즈〉(1979)를 소개한 데 이어, 밥 포시의 또 다른 두 작품 〈캬바레〉(1972)와 〈레니〉(1974)를 소개하고자 한다. 1973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을 수상한 〈캬바레〉는 197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밥 포시)과 여우주연상(라이자 미넬리)을 수상했고, 감독상과 남녀주연상을 포함해 1975년 아카데미 시상식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단 하나의 상도 받지 못했던 〈레니〉는 같은 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어 여우주연상(발레리 페린)을 수상했다. 얼마 전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의 〈피오르드〉가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폐막한 칸영화제와 밥 포시의 인연도 그처럼 깊다.

〈캬바레〉
〈캬바레〉

〈캬바레〉의 시대적 배경은 1931년, 이제 막 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기 직전의 독일 베를린이다. 나치스가 정권을 잡은 사회는 흉흉하고 거리에는 실직자가 넘쳐난다. 미국인인 샐리(라이자 미넬리)는 베를린 다운타운의 캬바레 킷 캣 클럽에서 일하는 댄서다. 외교관의 딸이기도 한, 그러니까 부유층의 자제이면서 장차 배우가 될 꿈을 안고 사는 여자다. 젊은 혈기 하나만으로 세상 무서울 것 없는 그런 여자라고나 할까. 그렇게 흥청망청하는 클럽에서 바깥세상의 어두움은 찾아볼 수 없다. 한편, 샐리는 영어 교사로 일하는 영국인 브라이언(마이클 요크)과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샐리는 곧 브라이언이 양성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돈 많은 젊은 남작 막시밀리안(헬무트 그리엄)이 샐리와 바람을 피우려고 유혹하면서 세 사람의 삼각관계가 형성된다. 그 또한 샐리는 거리낌이 없다. 이후 샐리는 브라이언의 아이를 임신하지만 계속해서 댄서로 일하기 위해 낙태를 하게 된다. 그 아이가 자신의 아이인지, 남작의 아이인지 불분명한 상황에서도 아이를 떠맡을 생각이었던 브라이언은 그 사실을 알고서 샐리의 곁을 떠나 런던으로 돌아간다. 어쩌면 그는 샐리를 감당할 수 없어 도망쳤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슬픔 속에서도 샐리는 여전히 신나는 얼굴로 무대에 오른다.

〈캬바레〉
〈캬바레〉

〈캬바레〉는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의 소설 「베를린 이야기」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영화는 물론 연극과 뮤지컬로도 각색된 이 소설은 브로드웨이의 영원한 사랑을 받아온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 속 킷 캣 클럽은 1930년대의 암울한 시대상과 비교하자면 파라다이스나 다름없다. 그래서 그곳은 마치 험한 바깥세상과는 단절된 영원한 안식처럼 보인다. 하지만 샐리가 겪는 사랑의 아픔, 낙태의 상처는 바깥세상의 현실과 다를 바 없는 슬픔과 고통을 안겨준다. 〈캬바레〉는 그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양성애와 동성애를 다루면서 정치적 격변기에 일어난 문화적 혼란, 정체성의 고뇌를 보여준다. 그리하여 뮤지컬 영화 역사상 가장 어두운 작품으로 손꼽히기도 한다. 그만큼 영화가 보여주는 황홀한 퇴폐미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밥 포시 감독의 또 다른 걸작 〈올 댓 재즈〉(1979)가 그러했던 것처럼 그에게 가장 가치 있는 삶은 무대 위의 쇼였다. 그는 실제 인생도 쇼처럼 즐겁게, 분방하게 살았다. 〈캬바레〉 역시 ‘쇼는 계속될 것’이라는 그의 변함없는 예술관을 보여준다.

〈캬바레〉
〈캬바레〉

역시 〈캬바레〉의 최고 감상 포인트라면 라이자 미넬리 그 자체다. 요즘이야 ‘보이시한 매력’이라는 표현이 딱히 새로울 것 없는 수식어가 됐지만, 그가 보여주는 소년 같은 매력은 강력한 흡입력을 발산한다. 영화 속에서 라이자 미넬리가 중절모와 검은 스타킹에 가터벨트를 메고 의자를 이용해 보여주는 공연은, 그 자체로도 영화와 별개로 하나의 완성된 오리지널 공연처럼 보일 정도다. 물론 댄서 마스터와 더불어 보여주는 코믹한 성격의 공연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또한 〈캬바레〉는 1973년 아카데미 시상식 당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걸작 〈대부〉와 승부를 벌여 완승을 거둔 영화로도 유명하다. 밥 포시 감독과 라이자 미넬리에게 각각 감독상과 여우주연상 수상의 영광을 안겼고, 그 외에도 남우조연상과 음악상을 비롯 8개 부문에서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그리하여 〈대부〉는 9개 부문에 후보로 오르고도 말론 브란도의 남우주연상을 포함해 3개 부문만을 수상했다.

밥 포시(왼)와 그웬 버돈
밥 포시(왼)와 그웬 버돈

이즈음의 밥 포시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바로 그의 아내이자 역시 위대한 댄서 그웬 버돈이다. 밥 포시는 뮤지컬 〈댐 양키스!〉(1958)로 두 번째 토니상을 수상하게 되는데,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세 번째 부인 그웬 버돈과 만나게 된다. 이후 그의 경력은 날개를 달게 되는데, 그웬 버돈이 밥 포시에게 미친 영향은 물론 40년의 세월에 걸쳐 브로드웨이의 안무를 어떻게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었는지 잘 보여주는 〈그웬 버돈: 할리우드 댄싱 퀸〉(2020)이라는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구루병으로 보낸 유약한 유년기를 딛고 16세에 사생아를 임신하기에 이르기까지, 그웬의 성공기는 포기를 모르고 역경에 맞서 브로드웨이 최고의 댄서가 된 한 여인의 이야기다. 1969년 밥 포시와 그웬 버돈이 함께 한 뮤지컬 〈스위티 채리티〉가 영화화됐고, 밥 포시는 이를 통해 영화감독으로 데뷔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다지 좋은 흥행 성적을 올리지는 못했고 이후 라이자 미넬리, 조엘 그레이 등이 출연한 〈캬바레〉에 이르러 영화감독으로서도 흥행하게 된다. 1972년부터 생애 최고의 날들이 펼쳐지게 되는데, 〈캬바레〉를 통한 아카데미상 수상뿐만 아니라 2번의 토니상, 그리고 뮤지컬 장르가 아닌 첫 번째 드라마 영화 〈레니〉를 통해 드디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다.

▶ 밥 포시에 관한 글은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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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 배우 조인성 인터뷰는 1부로부터 이어집니다. 가상의 존재를 상상하며 연기하는 게 큰 도전이었을 텐데요. 특히 후반부 성기가 거대한 외계 지성체와 대면했을 때, 눈알을 굴리며 보여준 미세한 표정 연기가 인상적이었는데요. 연기 비하인드가 궁금합니다. 사실 액션도 중요했지만, 다른 신들을 만들어놓는 것도 어려웠어요. 원래 리액션이 제일 중요하잖아요. 예를 들면 〈밀수〉(2023)에서 권상사 가 등장했을 때, 저는 한 게 없어요. 그런데 김혜수 선배가 어떤 반응이냐에 따라서 이쪽의 인물이 살아나는 거죠. 그래서 〈호프〉에서도 크리처를 본 리액션이 굉장히 중요했어요. 그래야 크리처가 사니까요. 그 장면은 본능적으로 한 건데 감독님이 되게 좋아하셨어요. 성기의 외형을 보면 미국 서부극이 떠오르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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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불가능에 도전한 배우. 뛰고, 매달리고, 버티고, 몸을 내던진다.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에서 조인성은 외계 지성체에 맞서 다듬어지지 않은 야생성과 동물적 감각을 뿜어내며 날것 그대로의 액션을 선보인다. CG의 편리함에 기대는 대신 육체로 직접 부딪치는 방식을 택한 그는, 한계를 시험하는 험난한 현장 속에서도 “미쳐서 하게 되어 있다”,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할 수 없다”는 말로 그의 결연한 각오를 증명해 보였다. 마치 〈호프〉 속, 악착같이 살아남으려 발버둥 치는 성기 의 질긴 생존 본능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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