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화 속 음악에 꽂힌다. 음악은 때때로 보이는 이미지와 들리는 대사만으로는 다 전할 수 없는 인물의 내밀한 감정을 들려준다. 창작자의 숨은 의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구가 되기도 한다. 내게 영화 음악을 이해하는 것은 영화에 가닿는 하나의 방법이었다. ‘추아영의 오르골’은 음악을 경유해 영화의 목소리를 더 가까이에서 들어본다. (P.S. 음악을 들으며, 글을 읽어 주기를 바란다.)

영화사에서 반세기 넘게 가장 위대한 감독-작곡가 파트너로 함께해 온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작곡가 존 윌리엄스가 그들의 30번째 작품 〈디스클로저 데이〉로 돌아왔다. 존 윌리엄스는 스필버그의 극장 공식 데뷔작 〈슈가랜드 특급〉(1974)부터 〈디스클로저 데이〉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품을 함께 해왔다. 그중 〈죠스〉, 〈인디아나 존스〉, 〈이티〉, 〈쥬라기 공원〉 등에서 선보인 그의 음악은 지금도 영화와 동시에 음악의 멜로디가 떠오를 만큼 사람들의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존 윌리엄스의 음악은 스필버그의 영화에서 언제나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감동을 고양했다. 스필버그는 2016년 AFI(미국영화연구소) 공로상을 수상한 존 윌리엄스를 기리며 그의 음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존 윌리엄스가 없으면 자전거는 날지 못하고(〈이티〉), 퀴디치의 빗자루도 날지 못하며(〈해리포터〉), 붉은 망토를 두른 남자도 날지 못합니다(〈슈퍼맨〉). 또 포스도 존재하지 않고(〈스타워즈〉), 공룡도 지구를 걷지 않습니다(〈쥬라기 공원〉). 우리는 경이로워하지 않고, 울지도 않고, 믿지도 않을 것입니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존 윌리엄스, 그들이 함께 걸어온 길과 그의 수많은 명곡을 다시 돌아보았다.


〈죠스〉(1975)에서 윌리엄스는 두 음을 반복적으로 사용한 오스티나토(곡 전체 또는 특정 구간에서 일정한 음형과 선율, 리듬이 반복되는 음악 기법) 음악 ‘Main Title(Theme From Jaws)’로 보이지 않는 상어의 등장을 섬뜩하게 표현했다. 스필버그는 당시 곡의 특정 구간에서 두 음만 활용한 단순한 모티프를 듣고 “장난인 줄 알았다”고 고백했지만, 결과적으로 이 곡은 영화사에서 가장 유명한 오스티나토가 되었다. 곡의 저음 현악기와 금관의 조합은 상어가 처음 등장하는 수중 카메라 장면에서 생존을 갈구하는 인간의 원시적 공포를 구현한다. 그의 효과적인 두 개의 음은 〈미지와의 조우〉(1977)에서 다섯 개의 음으로 늘어나 외계인과 교신하는 환상적인 장면을 만든다. 인간이 UFO 모선과 최초로 소통하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곡 ‘Wild Signals’는 스필버그의 주제 의식을 반영한 윌리엄스의 미학적 판단이 두드러진 곡이다. 그는 인간의 음악은 조성으로, UFO 모선의 소리는 무조성으로 다르게 표현하면서도 기계적인 신시사이저 대신 튜바로 모선의 소리를 표현해 미지의 존재를 ‘친근한 타자’로 만든다.



〈인디아나 존스〉(1981~2023)의 음악 ‘Raiders March’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상징적인 모험 테마가 되었다. 네 대의 트럼펫이 같은 멜로디를 동시에 연주하면서 더 단단해진 소리는 군대가 씩씩하게 걷는 듯한 행진곡의 리듬으로 힘찬 영웅의 발걸음을 떠올리게 한다. 그 사이에 엇박자로 끼어드는 음은 통통 튀는 느낌을 주어 위기의 순간에 재치 있게 대처하는 존스(해리슨 포드)의 유쾌한 면모를 음악적으로 표현한다. 영화에서 ‘Raiders March’는 주로 존스가 활약할 때마다 등장하면서, 존스의 채찍과 페도라만큼이나 캐릭터와 동일시되는 상징곡으로 여겨진다. 윌리엄스는 이 곡 하나로 캐릭터의 영웅적 면모와 자신감, 유머, 인간적인 면모까지 모두 담아냈다. 〈이티〉(1982)는 윌리엄스의 음악이 영화의 구조를 결정한 극단적인 사례다. 스필버그는 엘리엇이 탄 자전거가 하늘을 나는 15분의 음악을 먼저 녹음하게 한 뒤, 음악의 호흡에 맞춰 영상을 편집했다. 윌리엄스의 ‘비행 테마’는 하늘로 날아오르는 순간 리디아 선법의 마법을 발동시킨다. 윌리엄스는 일반적인 음계에서 ‘파’를 반음 올린 리디아 선법의 작은 변화로 하늘을 나는 장면에 신비롭고 경이로운 느낌을 불어넣는다. 그 순간 관현악이 탁 트인 고음으로 도약하며, 중력에서의 해방을 표현한다. 〈쥬라기 공원〉(1993)의 음악 ‘Theme From Jurassic Park’는 스필버그의 세계관에서 핵심적인 감정인 경이로움을 가장 잘 표현한 음악이다. 곡은 공원에 들어가는 인간들이 브라키오사우루스를 처음 마주할 때 등장한다. 웅장한 호른 소리는 살아 있는 공룡을 목격할 때 다가오는 엄청난 행복과 흥분, 경이로운 매혹의 감각을 표현한다. 또 곡의 단순하지만 강력한 3음 모티프는 관객의 기억에 남는 선율이 된다. 이 곡은 전체 시리즈에서 존 윌리엄스가 작곡가를 맡지 않은 영화에서도 모두 등장한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필모그래피 안에서 〈디스클로저 데이〉는 그가 평생 미지의 존재를 향해 던진 질문의 종지부와 같은 역할을 한다. 또 〈미지와의 조우〉,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 〈우주 전쟁〉(2005)과 같은 그의 SF뿐만 아니라 정부의 거대한 은폐 시도를 폭로한다는 점에서 〈더 포스트〉(2017)까지, 그의 수많은 작품을 연상시키며 그의 세계관을 집대성한 작품이다. 그렇기에 스필버그에게 있어 수십 년간 함께한 존 윌리엄스와의 협업은 필수적인 것이었다. 94세의 고령인 윌리엄스는 이번 작품의 음악을 맡는 것을 여러 차례 거절했지만, 스필버그의 설득에 끝내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디스클로저 데이〉의 음악은 스필버그가 윌리엄스와 함께 작업한 작품 중 “가장 절제된 곡”이라 말한 바와 같이 영상을 뒷받침해 주는 역할에 머무르며, 영화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전체적으로 금관악기와 현악기의 오케스트레이션이 두드러진 음악은 웅장함과 애절한 느낌을 동시에 살리고 있다. 그중 사운드트랙의 중심축인 곡 ‘listen…’은 “인류는 서로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영화의 주제를 가장 잘 담은 곡이다. 외로운 금관악기의 솔로로 시작하는 곡의 도입부는 다가오는 미래를 보지 못하고, 서로의 말을 듣지 않는 인류를 향해 울부짖는 거장의 홀로 선 모습을 눈앞에 그려놓는다. 이어서 곡은 현을 깊고 부드럽게 넘기는 소리로 마무리되면서 쓸쓸하면서도 희망이 감도는, 윌리엄스 특유의 따뜻한 질감을 포갠다. 〈디스클로저 데이〉의 음악은 반세기를 함께한 영화계 두 거장의 목소리를 하나로 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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