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화 속 음악에 꽂힌다. 음악은 때때로 보이는 이미지와 들리는 대사만으로는 다 전할 수 없는 인물의 내밀한 감정을 들려준다. 창작자의 숨은 의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구가 되기도 한다. 내게 영화 음악을 이해하는 것은 영화에 가닿는 하나의 방법이었다. ‘추아영의 오르골’은 음악을 경유해 영화의 목소리를 더 가까이에서 들어본다. (P.S. 음악을 들으며, 글을 읽어 주기를 바란다.)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이하 〈극장판 치이카와〉)은 세이렌의 매혹적인 노래와 우사기의 독특한 발성을 담은 랩, 일본의 국민가요 ‘오늘은 이제 안녕’(Kyou no hi wa sayounara) 등 음악이 이야기를 따라 끊임없이 흐른다. 묘한 중독성을 가진 각각의 음악은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선 관객의 뇌리에서 쉽게 떠나지 않는다. 실제로 〈극장판 치이카와〉의 사운드트랙 앨범은 올해 8월 빌보드 재팬의 종합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했다. 이는 래드윔프스(RADWIMPS)가 맡은 신카이 마코토의 〈날씨의 아이〉 사운드트랙이 차트 1위를 기록한 이후 영화 사운드트랙으로서는 7년 만에 선두를 차지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밈으로 생산, 소비되며 SNS를 장악하고 있다. 이처럼 관객을 사로잡은 〈극장판 치이카와〉의 음악은 영화 속 여러 장면에서 다른 인물에 의해 변주되어 반복된다. 이러한 음악의 반복과 변주는 환상적인 축제의 분위기로 물든 인어 섬의 비밀을 품고 있다.

영화의 메인 테마곡 ‘섬의 노래’(The Island Song)는 섬의 원주민과 세이렌, 시마지로의 버전 등 다양한 인물에 의해 불리고, 여러 차례 변주되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원작자 나가노는 음악 감독 토쿠마루 슈고와 카미미즈타루 치카라 음악 감독에게 섬의 메인 테마곡을 정한 후 그 편곡 버전을 영화의 다양한 상황에 맞춰 들려달라고 요청했다. 그의 요청에 따라 ‘섬의 노래’는 영화 속에서 하나의 멜로디가 장면과 인물에 따라 다른 의미를 만들어내는 라이트모티프로 존재한다.

먼저 ‘섬의 노래’는 100배에 달하는 막대한 토벌 보수를 받으려는 기대를 안고 인어 섬으로 향한 먼작귀들이 도착했을 때 처음 등장한다. 인어 섬에 축제의 환영을 드리운 음악은 의례의 중요한 부분으로 작용하는 음악의 역할을 강조한다. 또 섬의 구성원들이 부른 노래는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역할을 한다. 그들에 의해 울려 퍼지는 노래는 완벽한 공동체의 풍요와 평화를 나타낸다. 하지만 노래는 세이렌의 버전에서 그 의미를 달리한다. 세이렌의 버전은 원래 세 인어가 함께 화음을 맞춰야 할 자리에서 하모니를 이루는 3도 음이 빠진 불완전한 상태로 결손을 노래로 드러낸다. 이는 완벽한 공동체의 이면을 들추어내고, 상실의 고통을 분노로 치환한다. 동시에 공동체의 결속을 보여주던 음악은 그 공동체에서 배제되고 타자화된 존재의 위협을 드러내는 것으로 뒤바뀐다. 이처럼 ‘섬의 노래’는 섬을 둘러싼 구성원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공동체의 노래이면서 동시에 공동체가 감추려는 폭력의 흔적이기도 하다.

우사기는 자신의 독특한 발성을 담은 랩으로 친구들을 위협하는 세이렌의 노래에 맞선다. 우사기의 랩은 인어 섬 전체를 뒤흔드는 세이렌의 강력한 노래를 일시적으로 무력화시킨다. 어째서 우사기의 랩은 세이렌의 노래를 무력화시킬 수 있었을까? 힙합은 본래 기존의 질서나 권위에 맞서는 카운터컬처의 언어로 소비되어 왔다. 정해진 멜로디와 화음보다는 개인의 발성과 리듬, 즉흥성이 더 중요한 장르로 집단의 하모니보다는 개인의 목소리를 앞세운다. 이처럼 공동체의 정해진 규율에 문화적으로 맞서는 힙합이 행동을 예측하기 어려운 캐릭터인 우사기 특유의 즉흥적인 리듬과 춤에 의해 그려지면서 세이렌의 계산된 규칙은 흔들린다. 어느새 세이렌의 코러스를 담당하던 인어들도 본연의 역할을 잊고 우사기의 랩에 맞춰 추임새를 넣는다. 세이렌의 노래가 멜로디와 하모니로 공간을 지배한다면, 우사기의 랩은 통제된 세계와 규율을 뒤흔드는 음악의 탈의례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다만 우사기의 저항적인 랩은 세이렌의 아름다운 하모니의 노래를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또 다른 리듬의 음악도 아름다울 수 있음을 보여주며, 다른 삶의 가능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작용한다.
진실을 묻어두는 봉인된 평온

〈극장판 치이카와〉의 음악으로 선명하게 나타나는 공동체 문화와 그 이면은 일본 사회에서 지배적인 장(場)의 윤리와 특유의 문화코드인 ‘공기’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그려낸다. “일본 사회에서는 분위기 파악을 하지 못하는 사람을 ‘KY’, 즉 “공기를 읽을 줄 모른다”는 은어로 경시하고 배제시키는 암묵적인 이해가 어른 사회에서도 어린아이 사회에서도 만연해 있다.”(박규태, 「일본 정신 분석」, 이학사, 2018, 85쪽 참조) 이러한 일본의 문화코드는 세이렌의 친구인 인어를 죽인 범인을 끝내 밝히지 않는 치이카와의 선택으로 이어진다. 치이카와의 선택은 진실을 알고도 이를 밝히고 책임을 규명하는 것을 회피한다. 그의 선택으로 섬은 표면적으로 평온을 되찾지만, 이는 진실을 영원히 묻어두는 봉인된 평온에 가깝다. “장의 윤리에서는 어떤 잘못에 대한 책임이 개인보다는 구성원 모두에게 있다고 간주된다. 거기서는 주어진 장의 평형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시된다.”(같은 책 참조) 치이카와의 선택은 이러한 장의 윤리 안에서 공기를 읽는 집단주의적 산물에 의한 것으로 진실 규명보다 조직의 화합을 우선시한 선택이다.


이때 평온을 되찾은 섬 주민들과 먼작귀들에 의해 곡 ‘오늘은 이제 안녕’(今日の日はさようなら)이 울려 퍼진다. 영화 속에서 ‘오늘은 이제 안녕’은 친구와의 관계를 중시하는 하치와레의 입을 통해 처음 등장한다. 곡은 하치와레와 치이카와, 우사기가 모닥불 앞에서 영원한 우정을 약속하는 장면에 다시 등장해 그들의 순수한 우정을 상징한다. 그리고 곡은 치이카와가 고심하고 선택을 내리는 장면에서 다시 등장하면서 본래의 의미를 잃는다. 원래 신뢰를 기반으로 한 우정과 재회를 노래하는 곡은 치이카와의 선택으로 관계, 즉 장을 유지하는 선택이 지닌 모순을 함께 드러내게 된다.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서로를 믿는 기쁨을 우선하자”는 노래의 가사는 치이카와가 공동체의 화합과 관계를 지키기 위해 진실을 숨긴 선택을 정당화하는 아이러니의 언어로 들린다. 여기서 하치와레의 순수성은 공동체의 이면과 진실을 모르는 자의 무지가 되어버리고, 치이카와는 그와 함께 영원한 우정을 맹세했던 순수성을 잃은 존재가 된다. 곡 ‘오늘은 이제 안녕’이 갖는 서정성은 두 인물의 벌어진 격차를 더 비극적으로 드러낸다. 이 곡이 하치와레에게는 영원한 우정과 재회의 희망을 의미한다면, 치이카와에게 이 곡은 혼자 짊어진 진실의 무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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