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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철의 사물함] 뽀로뽀로미! 주성치의 가장 가슴 아픈 물건 '서유기' ‘월광보합’

나는 영화 속 물건에 꽂힌다. 감독, 촬영감독, 미술감독, 아니면 배우 등 대체 왜 저 물건을 카메라 앞에 두었을까 깊은 고민에 빠진다. ‘주성철의 사물함’은 내 눈에 사뿐히 지르밟힌 영화 속 물건에 대한 기록이다.

〈서유기 월광보합〉 월광보합
〈서유기 월광보합〉 월광보합

웰컴 투 성치 월드. 최근 재개봉한 〈쿵푸 허슬〉(2004)을 보고 주성치의 세계에 빠졌다면, 추천하고픈 다음 작품은 바로 주성치의 열혈 팬들이 〈서유쌍기〉라 묶어 부르는 1995년의 〈서유기1: 월광보합〉(이하 〈월광보합〉)과 〈서유기2: 선리기연〉(이하 〈선리기연〉)이다. 〈도성〉(1990)으로 주성치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유진위 감독의 야심이 집대성된 작품이기도 하면서, 변함없는 주성치식 코미디가 빛을 발하는 결정판이기도 하다. 주성치의 영화들을 크게 〈도성〉 〈정고전가〉 〈도학위룡〉 〈007 북경특급〉 〈희극지왕〉 등의 현대물과 〈심사관〉 〈녹정기〉 〈무장원 소걸아〉 〈당백호 점추향〉 〈구품지마관〉 등의 사극으로 나눌 수 있다면 〈서유쌍기〉는 바로 그의 사극을 대표하는 작품이자 〈희극지왕〉(1999)과 더불어 가장 가슴 뭉클한 멜로드라마다.

〈서유기 월광보합〉
〈서유기 월광보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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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광보합’(月光寶盒)은 ‘달빛이 비치는 보물함’이라는 뜻으로, 영화의 영어제목이 〈Chinese Odyssey Part One: Pandora’s Box〉임을 감안하면 ‘판도라의 상자’라는 뜻도 가지고 있는데, 영화에서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마법의 상자’를 가리킨다. 〈월광보합〉에서 관세음의 벌을 받은 손오공(주성치)은 500년 후 오악산 산적 무리들의 우두머리인 ‘지존보’로 태어난다. 당삼장(나가영)과 함께 서경을 구하러 가지 않고, 그를 먹으면 불로장수한다는 우마왕의 말에 현혹돼 당삼장을 죽이려 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당삼장을 찾아 다니는 춘삼십낭(남결영)과 백정정(막문위)이란 요괴가 나타난다. 인간으로 환생한 지존보는 전혀 기억을 못 하지만, 알고 보니 500년 전 그가 손오공이던 시절 백정정과 연인 사이였다.

(왼쪽부터) 막문위, 주성치, 남결영
(왼쪽부터) 막문위, 주성치, 남결영

다시 만난 백정정은 자신을 버렸던 손오공을 뼛속 깊이 증오하고 있는 상태다. 이후 우마왕까지 나타나 요괴와의 결전이 벌어지는 사이 지존보와 백정정은 다시 사랑을 나누게 되고, 부두목 이당가(오맹달)도 춘삼십낭과 실수로(!) 사랑에 빠져 둘의 아이를 갖게 된다. 여러 일을 겪으며 자신이 손오공이란 사실을 알게 된 지존보는 시간 이동을 가능하게 해주는 ‘월광보합’을 찾아 자살하기 직전의 백정정을 살리려 한다. 하지만 여러 번의 시도 끝에 그만 500년 전으로 돌아가게 되고 백정정의 스승이기도 한 반사대선 자하(주인)를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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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 〈월광보합〉은 〈선리기연〉의 가슴 뭉클한 사랑의 아픔으로 나아가기 위한 워밍업 같은 작품이다. 그래서 여느 주성치 영화의 패러디처럼 보이는 장면들이 익숙하게 펼쳐진다. 〈서유쌍기〉가 그 자체로 왕가위 감독 〈동사서독〉(1994)에 대한 패러디라면, 첫 장면부터 낡은 모자에 누더기 같은 옷을 걸치고 모래언덕 너머 지나가는 사람을 엎드려 바라보는 산적들의 모습은 영락없이 〈동사서독〉의 구양봉(장국영)과 홍칠(장학우)을 연상시킨다. 다른 여자 때문에 내 여동생을 버렸다며 황약사(양가휘)를 죽여 달라고 구양봉을 찾아온 모용연(임청하)의 1인 2역 또한 춘삼십낭과 백정정을 떠올리게 한다. 지존보가 간혹 꿈에서 목격하는 파도의 풍경도 〈동사서독〉과 닮았다. 이처럼 〈월광보합〉은 노골적으로 〈동사서독〉을 끌어들이는데, 실제로 왕가위와 유진위가 무명시절 함께 시나리오를 썼을 정도로 절친한 사이였기에 허락된 디테일들이다.

주성치와 오맹달의 다정했던 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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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위는 우정출연도 했는데, 영화에서 포도로 둔갑해 등장했다가 사실 별 도움 되지 않는 퇴마사 보리노조로 등장한 덩치 좋은 배우가 바로 유진위다. 그보다 앞서 〈동사서독〉의 촬영이 무한정 늘어지면서, 그 배우들이 거의 그대로 유진위 감독 〈동성서취〉(1993)에 출연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다. 〈동성서취〉는 친구의 배우들을 빼내 만든 저렴한 패러디 무비가 결코 아니었다. 사실상 엎어질 위기에 처했던 〈동사서독〉의 촬영을 끝마칠 수 있게끔 제작비를 마련해준 은인 같은 영화가 바로 〈동성서취〉였다. 그렇게 어렵사리 촬영을 끝낸 〈동사서독〉의 후반작업 비용을 마련해준 건, 왕가위가 절박한 심정으로 직접 한 달 만에 뚝딱 완성한 〈중경삼림〉(1994)이었다. 그래서 〈동사서독〉은 왕가위의 택동영화사 창립작품으로 시작했으나, 〈중경삼림〉 다음의 두 번째 작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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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치(왼)와 특별 출연한 유진위 감독
주성치(왼)와 특별 출연한 유진위 감독

〈서유쌍기〉의 팬들이 가장 아끼는 대사는, 주성치가 달빛 아래 월광보합을 들고 외치는 주문 “뽀로뽀로미!”다. 산스크리트어인 ‘반야바라밀’(般若波羅蜜)을 광둥어식 발음으로 귀엽게 흉내 내면 그렇게 된다는데, 아무튼 ‘지혜를 통해 고통을 건너다’는 불교적 의미를 담고 있다. 불교에서는 반야(지혜)를 최고의 바라밀(보살이 부처가 되는 과정에서 실천해야 하는 덕목)이자 열반으로 가는 최상의 길로 설파하고 있다. 말하자면 열반의 피안에 이르기 위하여 보살이 수행을 하는 중 진리를 인식하는 깨달음의 지혜를 얻는 것을 말한다. 물론 이러한 ‘팩트’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주성치의 팬들이라면 오래전 VHS 비디오로 출시됐던 〈서유기〉 시리즈의 자막이었던 ‘뽀로뽀로미’에 대한 남다른 애착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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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일부 애호가들이 번역은 무조건 실제와 가까워야 한다는 이유로, 뽀로뽀로미를 정확하게 반야바라밀로 바꿔 달라고 비디오 출시사에 항의 메일을 보냈었다고도 한다. 하지만 뽀로뽀로미가 실제 발음과 딱히 크게 다르지도 않을뿐더러, 〈선리기연〉에서 이형환영대법으로 저팔계(오맹달)와 자하선자(주인)의 몸이 바뀌고, 우마왕의 여동생과 사오정의 몸이 뒤바뀌면서, 주성치는 오맹달에 뽀뽀를 하려다 그만 구역질을 하고 만다. 그처럼 뽀뽀가 남발되는 영화 속에서 뽀로뽀로미라는 주문은 너무나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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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가 누구신지는 모르겠으나, 당시 주성치의 팬이었기에 가능한 재치 넘치는 번역이었다고 생각한다. 오랜 홍콩영화 팬들이라면 주윤발을 저우룬파라 불러서 왠지 최불암의 웃음소리가 떠오르고, 장국영을 장궈룽이라 불러서 왠지 4월 1일에 서오릉에 가야만 할 것 같은 서글플 테니, 관객들이 너무 빡빡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만화 「슬램덩크」에서 ‘강백호’가 아니라 원래 원작 이름 그대로 ‘사쿠라기 하나미치’가 “왼손은 거들 뿐”이라고 말하면 왠지 오른손도 거들어야 할 것 같고, ‘북산고’도 원작 그대로 ‘쇼호쿠 고등학교’라고 하면 왠지 다니던 학교가 통폐합되어 사라진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쿵푸 허슬〉처럼 〈월광보합〉과 〈선리기연〉도 언젠가 또 재개봉하게 된다면, 〈쿵푸 허슬〉의 ‘돼지촌’이 ‘저룡성채’라는 이름을 되찾은 것처럼, 주성치가 월광보합을 들고 꼭 ‘뽀로뽀로미’라 외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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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물건들에 대한 과도한 의미 부여 ‘주성철의 사물함’을 시작으로 떡상을 기대하는 배우 사용 설명서 ‘김지연의 보석함’, 내 마음을 움직인 영화음악 감상실 ‘추아영의 오르골’, 서브컬처 잡상인의 구매일지 ‘성찬얼의 만화책’까지 씨네플레이 기자들이 저마다의 취향과 시선으로 격주 연재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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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

영화 ‘암살자(들)’, 개봉 6주차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1위 탈환… 끝나지 않는 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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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11. 3.

영화 ‘암살자(들)’, 개봉 6주차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1위 탈환… 끝나지 않는 역주행

영화 〈암살자 〉 이 개봉 6주차에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다시 탈환하며 거침없는 역주행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3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오전 7시 기준)에 따르면 〈암살자 〉은 누적 관객 수 345만 3,120명을 기록하며 한국영화 일일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제작 및 배급을 맡은 ㈜하이브미디어코프에 따르면, 〈암살자 〉은 개봉 후 5주 연속 주간 박스오피스 1위를 수성한 데 이어 지난 10월 29일 누적 관객 340만 명을 돌파하며 일찌감치 손익분기점 을 넘어섰다. 개봉 한 달을 훌쩍 넘긴 시점에도 관객들의 자발적인 입소문과 추천 릴레이를 바탕으로 정상을 재탈환하며 장기 흥행의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영훈X이루다X김동준 '러브 와이파이 궁' 메인 예고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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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훈X이루다X김동준 '러브 와이파이 궁' 메인 예고편 공개

영화 〈러브 와이파이 궁〉(영제: Wi-Fi Love in the Palace, 감독 사석춘)이 200년의 시공간을 뛰어넘는 기발한 설정과 설레는 삼각관계를 담은 메인 예고편을 3일 최초 공개했다. 〈러브 와이파이 궁〉은 모태솔로 현대 웹툰 작가가 후궁이 되고 싶은 200년 전 조선시대 궁녀의 '연애 코칭'을 맡게 되면서 펼쳐지는 시공간 초월 삼각 로맨틱 코미디다. 카카오페이지 평점 9. 8점을 기록한 조아·긴유 작가의 재담미디어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단순한 타임슬립을 넘어 '조선과 현대 간의 실시간 와이파이 및 통신 연결'이라는 참신한 설정을 전면에 내세웠다. 공개된 메인 예고편은 방 안의 나전농을 통해 스마트폰이 200년 전 조선 궁궐로 넘어가면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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